하루 리모트 근무 체험기

최근 사내에서 원격근무(이하 리모트)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입니다. 개발팀장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화를 나눈적이 있었는데 막막한 점도 있고 도입되면 너무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스포카 CTO의 “사내 리모트 시스템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강연을 들으면서 리모트에 대한 분명한 시각을 갖게되었고 천천히 혹은 부분적으로 도입할 수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직접 한번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집에서 가구들을 배송받아야할 일이 생겨서 리모트를 해보겠다고 요청했고, 흔쾌히 받아들여져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리모트를 하루동안 체험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출퇴근 시간의 절약

개인적으로는 가장 크게 느껴지는 이점이 바로 출퇴근 시간의 절약입니다. 물론 회사와 가까우신 분들에게는 큰 이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출퇴근시간이 상당히 깁니다. “OECD 국가의 평균 통근시간은 38분(편도)인데 비하여, 한국의 경우는 58분” 으로 매우 길지요. OECD국가 중 가장 출퇴근 시간이 긴 두 번째 국가입니다. 이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비용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지만, 회사와 국가 차원에서도 많은 낭비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하루 3시간씩 길에다가 시간을 버리고 있습니다. 하루 세 시간이면 일주일이면 15시간이고 한달이면 60시간입니다. 그래서인지 리모트를 하면서 가장 피부에 와닿았던 장점이었습니다. 일단 지옥철 of 지옥철인 9호선을 비롯해 세 개의 전철을 갈아 타고 1시간 반 걸려 회사에 도착하면 이미 그날 체력이 모두 소모된 느낌입니다. 그러나 리모트 근무 아침에는 평소보다 더 천천히 일어났음에도 식사도 여유있게 하고 간단한 집안 정리를 하고서 실제 출근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업무관련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유로운 하루일과?

리모트를 하면 혼자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니 심심하거나 루즈하거나 한적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몇 일 전 구입한 신고니움(물론 혼자서도 잘 자랍니다만)도 돌보고 우아하게 이파리도 좀 닦아주고, 그녀가 오기전 근사한 요리도 좀 준비하고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코딩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였습니다. 그러나 상식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한마디로 매우 바빴습니다. 이날 일정을 대략 시간순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 업무 장소 비고
9시 기상 씻고 가구 배송시간 확인 전화 등 아 무려 1시간 반이나 늦게 일어났는데도 출근 한시간 전이야!
9시 20분 침대 매트리스 배송 도착  
9시 30분 업무시작 일일 이슈사항 정리 및 공유
~ 11시 굿닥캐스트 이슈 작업 진행  
~11시 40분 어드민 오류사항 처리  
~12시 반 굿닥캐스트 이슈 계속 진행  
12시반 ~ 50분 청소 및 외출을 위한 준비  
~2시 식사 및 구청 개인업무 후 카페이동 이동 예상외로 많이 걸려 30분정도 지체됨.
~ 4시 반 굿닥캐스트 이슈 계속 진행 카페  
4시반 ~ 5시 가구 배송 도착, 설치 및 정리  
5시 집앞 카페에서 업무 재개 카페  
7시 반 퇴근     구청 개인 업무로 지연된 만큼 연장근무

혼자 있다고 해서 모든 채널을 닫고 있으면 안됩니다. 굿닥의 경우 슬랙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버그와 같은 중요한 슬랙방들의 알림을 적극적으로 켜놓고 보면서 대화해야합니다. 때문에 오늘 할일에 대해서 꽤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시간이 금방 달아납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개인적인 일도 함께 처리할 목적이 있었던 리모트 근무였기 때문에 더욱 빠릿빠릿 해야 계획했던 일들을 잘 처리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이슈트레커/온라인채팅)

스포카 CTO의 리모트 도입 강연에서 계속 강조했던 것이 생산성입니다. 매우 생산적인 스타트업을 가정해볼게요. 모든 개인들의 과업들이 지라와 같은 이슈트래커에 기록으로 남고, 많은 협의사항등의 문서들이 위키에 기록되며, 슬랙으로 실시간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조직구조는 매우 빠른 의사결정구조로 많은 일들이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런 효율적인 기업은 리모트도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겠지요.

이렇게 극적인 생산성이 준비되어야만 리모트도입이 가능한걸까요? 제 생각에는 생산성이 부족하더라도 생산성을 높여가면서 리모트 도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모트 근무가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리모트를 함으로서 효율성이 자연스럽게 강조된다는 점입니다.

리모트 근무를 하는 날 출근신호로 슬랙에 이슈를 정리하여 올리고 일을 시작하면서 좀 더 타이트하게 스스로 일정을 관리할필요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른말로 ‘스스로 일을 잘 계획하고 실천해야’하는 압력이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이지요. 일을 시작하기전 일에 대한 정의를 더 구체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되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과업을 7개로 쪼개 마감일을 정했습니다. 이렇게하면 훨씬 구체적으로 오늘과 2-3일 사이의 할일에 대해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이 나뉘어진 태스크들에 자세한 코멘트를 달기 시작합니다. 상태변경도 일들을 처리할때마다 잊지않고 업데이트 합니다. 오히려 이런 경험이 평소에 우리가 이슈트래킹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 사이에 서비스 질문방에 오류에 대한 문의들이 올라옵니다. 아무래도 바로 옆에 동료들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가 봐야할 오류사항을 놓칠 수 있습니다. 알림이 와도 종종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든 알림을 일일이 확인하면 집중이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자신만의 호흡을 만들어 중간중간에 슬랙을 확인해야합니다. 이러다보니 원래 나 자신이 슬랙에 민감한 편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지점이 리모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인것 같습니다. 아마 얼마간 적응기간을 거치게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슈트레커와 슬랙을 마치 입고있는 옷 마냥 사용하게됩니다. 위에서 말했던 ‘스스로 일을 잘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도구입니다.

집중과 비동기 멀티태스킹

노트북 모니터에 몰입해서 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회사가 아닌 곳에서 일에 몰입하고 있는 저를 발견한건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아까 7개로 분리되었던 티켓들에 내용들이 채워지고 7개에서 10개로 더 상세하게 분리되고 새로운 일들을 추가했습니다. 칸반/글쓰기/오류대응 등으로 메인 과업의 진행이 쉬원찮던 차였는데, 오늘은 일이 시원시원히 진행됩니다. 코딩에 자신감이 붙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주변의 인터럽트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리도 상당히 불편해서 그것도 인터럽트의 한 요소였습니다. 때문에 코딩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곤했는데 이 점이 슬랙의 중요한 대화를 자주 놓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날은 슬랙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코딩에 잘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멀티플레이나 인터럽트의 개수가 적어져서 오히려 멀티플레이가 잘되는 느낌입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런 방식이 비동기 멀티태스킹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누구는 궁금한게 생겼을때 담당 직원을 불러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다음 일을 진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동기 멀티태스킹은 채팅으로 물어보고 다른 일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해결되면 적절한 시점에 다시 막혔던 일을 진행시키는 것입니다. 리모트를 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일하게되는것 같습니다. 위키/이슈트레커/채팅 와 같은 온라인 도구들이 비동기 멀티태스킹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게다가 리모트 환경에서는 다른말로, 본인이 가장 집중하고 좋은 곳(물론 누구에게는 카페가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사무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에서는 이런 멀티태스킹이 더 효과적으로 발휘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사무실에서 오고가면서 나누는 대화들, 흡연과 식사 중간에도 여러가지 대화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모트를 하면 일 진행이 더 느려질 거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리모트 체험 전부터 그런 걱정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외부업체 두 군데의 서비스를 유지보수하는 업무가 제 업무의 일부였는데, 약 6개월동안 담당자의 얼굴한번 보지 않고 일을 진행했습니다. 당시에는 Trello/Podio/이메일로 무리없이 진행했었습니다. 이메일로도 전달이 안되는 경우가 생겨서 통화로 해결한 적이 단 한번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직장을 떠날 즈음에 그 중 한곳에서 얼굴도 한 번 본적없는 제게 스카웃제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에는 일을 진행하는 프로세스가 잘 정립되어있으면 특히 개발자들의 일들은 대면없이 진행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기록

저는 원래 기록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결혼준비를 하면서도 결혼에 들어간 돈들을 항목별로 구분하여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어떤 분류의 항목들에 얼마가 들어가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리모트 근무도 자세히 기록하고 있는 것이지요.

1차적으로는 자신의 하루 일과를 이끌어가는데 좋습니다. 일의 진행에 대해 기록하는 것 뿐 아니라 옆에 동료가 없으므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적절한 시점에 요청하고 일정을 잡기위해서는 이메일/슬랙/이슈트레커 등 다양한 도구를 적극 활용해야합니다. 이메일을 쓰고, 채팅을하고 위키에 문서를 정리하는 것은 따져보면 모두 기록인 것이지요. 자연스레 리모트를 하면서 기록의 양이 많아지게 되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2차적으로는 조직의 효율을 위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점은 쉽게 드러나지 않아 간과하기 쉽습니다. 기록의 중요성은 기록을 쌓아가고 있지 않으면 알기 힘듭니다.

얼마전 사내에서 무료로 사용하고 있던 슬랙을 유료버전 트라이얼 버전으로 바꾸어서 사용한 일이 있었습니다. 트라이얼 버전이 끝나고 다시 무료 버전으로 돌아갔는데, 이때 우리는 과거에 오고 갔던 대화를 매우 검색할 수 없다는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슬랙의 상술 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료 버전으로 돌아가 검색기능이 축소 되었을때 기록의 이점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 셈입니다. 생각보다 이 기능은 우리에게 꽤 큰 효율을 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슬랙 검색기능을 사용하기위해 비용을 더 투자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론

많은 이야기를 중구난방 한것 같지만, 사실 일을 효과적으로 잘 진행해 나가고, 업무 외 시간에 잘 쉬고 놀 수 있는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키워드로 말하자면 자기주도성과 생산성이 될 것입니다. 이 두가지는 한 몸이어야 합니다. 누가 억지로 시키는 생산성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생산성입니다. 리모트를 경험한 이후에 계속 이런 상태를 지속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 만은 않습니다. 효율 즉, 일을 잘하는것. 이것이 리모트 도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물론 리모트 근무 도입은 서로간의 신뢰가 부족하면 이루기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 신뢰문제도 업무 효율이 낮은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직장인이 되기 싫은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직장도 그런 모습입니다. 업에 대한 성취감과 개인적인 행복을 모두 가지는것은 불가능한 걸까요? 단언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들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면 점진적으로 리모트를 도입해가면서 생산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나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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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joel ahn

굿닥 프론트엔드 개발자 https://medium.com/@jeongwooahn